정치권이 여야 '강대강' 대치 국면에 빠진 가운데 물밑에서는 내년 6월 지방자치단체선거 출마를 위한 경쟁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1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 중진급 의원들이 내년 광역자치단체장 선거 출마준비에 본격 나선 가운데 보과관 및 비서관들도 지자체선거 준비를 위해 사표를 제출하는 등 준비작업에 나섰다. 그러나 이들 예비후보자들은 지자체선거에 대한 정당공천제 폐지가 확정될 경우 현직 의원들의 지원사격을 받을 수 있는 장점이 사라진다는 점에서 출마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다.
■보좌진들 지자체선거 출사표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각당 의원실별로 지방의회 의원 및 지방자치단체장 출마를 준비하는 보좌진들이 출마 희망 지역의 판세 분석 등 선거준비에 잰걸음을 하고 있다. 아직 출마 여부를 공식화하지는 않았지만 이미 해당 의원실에 사표를 제출했거나 물밑에서 출마 여부를 저울질하는 이들이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새누리당 A 보좌관은 지난달 말 22년간의 보좌진 생활을 마치고 모 지역 군수 출마 준비에 돌입했다. 이 보좌관은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 지역 의원들만 20년 넘게 모셔왔다"며 "그동안 쌓아온 정무.정책 경험과 인적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지역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고 밝혔다. 해당 의원도 전폭적인 지지를 약속했다는 후문이다. 자신과 일하던 보좌관이 지역구의 지자체장을 맡게 될 경우, 든든한 후원군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민주당 B 비서관은 정당공천제 폐지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자신이 보좌하는 의원 지역구의 도의원 출마를 검토 중이다.
그는 "내년 지방선거에 정당공천제가 유지될 경우, 오히려 경선구도가 형성될 수 있어 전략을 달리해야 한다"며 "의원의 입김으로 전략공천을 받게 되면 상대 후보에게 빌미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의원들도 부담스러워하는 눈치"라고 말했다.
새누리당 C 보좌관도 모 지역 시장직에 도전하기 위해 준비작업에 나섰다. 그는 해당 지역 출마를 위한 판세 작업을 이미 마친 상태이며 조만간 의원실 거취를 정리하고 본격적인 표밭다지기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그는 현재 보좌하고 있는 의원에게 이 같은 의지를 밝히고 충분한 지원사격을 요청할 생각이다.
새누리당 보좌진협의회 관계자는 "현재 보좌하고 있는 의원과의 관계가 있기 때문에 수면 아래서 출마를 준비하다가 후보등록 시점에 나가는 경우가 많다"며 "과거 지방선거에 비추어 봤을 때 보좌진의 지방의회 진출 확률이 서울과 경기 수도권을 중심으로 꽤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지역구 텃세 등 당락 변수
국회 보좌진 가운데 지자체선거 출마 결심을 굳히거나 고민 중인 사람은 다수에 이르지만 아직까지 표면적으로 드러난 경우는 많지 않다. 바로 자신이 보좌하고 있는 의원의 지원사격 약속 여부와 정당공천제 폐지 문제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출마 의지를 밝히기엔 부담이 크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민주당은 당원 전체 투표를 통해 기초의원 및 기초자치단체장 무공천을 당론으로 확정 지은 상태로 공을 새누리당에 넘겼다. 하지만 새누리당 지도부는 물론 당의 누구도 정당공천체 폐지 여부를 총대 메고 나서는 사람이 없는 형국이다.국회 정치쇄신특위 위원인 새누리당 이채익 의원(울산 남구 갑)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지금 지역에서는 선거를 준비하는 예비 정치인들이 난리가 났다"면서 "기초선거 정당공천제를 폐지할 건지 말 건지 당에서 결정을 해줘야 하는데 당 지도부 등 아무도 나서는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정당공천제 폐지를 선악 구도로 몰고 가면 절대 안 된다"면서 "광역 부문은 그대로 두고 기초선거 부문만 정당공천을 폐지하는 것은 위헌 소송이 제기될 수도 있는 문제라 지금부터라도 공천폐지 문제에 대해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새누리당 내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민주당이 당론으로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를 결정한 이상 새누리당에서도 발을 맞추지 않으면 역풍이 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를 추진할 경우 당내 의원들의 반발도 만만찮다. 기초자치단체장은 국회의원의 잠재적인 경쟁상대로 지역구 관리가 한층 더 어려워지는 현실적인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새누리당 재선의원실의 한 보좌관은 "기초자치단체장이 우리 의원 쪽 사람이 아닐 경우 지역구 관리가 정말 힘들다"면서 "어떤 지역구 의원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를 찬성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예비 출마자들의 또 다른 고민은 바로 보좌하고 있는 의원의 '머릿속 계산'이다. 해당의원을 모시던 보좌관이 지자체에 출마해 지역구에서 자리를 잡게 되면 본인과 잠재적 경쟁자가 될 것이란 우려 탓에 보좌진의 출마를 선뜻 지원하는 의원은 거의 없다는 게 이 바닥 정서라는 설명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대다수 의원들은 자신의 보좌관이 날개(?)를 달고 새로운 활로를 찾는 것에 부정적"이라며 "그래서 지원 요청을 하면 각자도생하자는 식으로 정리하는데 이번에는 정당공천제 폐지까지 논의되고 있어 출마의지를 밝히는 데 더욱 어려움이 클 것"이라고 전했다.
jjack3@fnnews.com 조창원 김미희 박소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