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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 지방선거, 공천제 폐지의 전제
작성자 : 의장협의회 작성일 : 2013-08-26 조회수 : 1954

지난 대선에서 여야 후보는 기초의원이나 단체장 선거에서 정당 공천 폐지를 공약하였다. 민주당은 지난 7월 당내에서 상당한 갈등이 있었지만 참여 당원 67.7%의 지지를 얻어 공천제 폐지를 당론으로 확정하였다. 새누리당은 8월에 당론을 확정하여 9월 정기 국회에서 선거법을 개정하겠다는 입장만 정해 놓고 있다. 이렇게 볼 때 기초 지방 선거의 정당 공천 폐지 문제는 여야 정치권 모두 피해갈 수 없는 사안이다. 대통령 공약의 이행이라는 측면에서 더욱 그러하다.

우리나라 초기 지방선거에서는 정당 표방을 당연한 것으로 여겨왔다. 그러나 1995년 지방 선거 때부터 광역단체장·의원, 기초단체장까지 정당공천제이 허용되었지만 기초의원의 정당 공천은 금지되었다. 2005년 공직선거법 개정에 의해 2006년 5·31 지방선거부터 기초의회의원들의 정당공천이 다시 허용되었다. 정당 정치와 책임정치의 구현이라는 명분이 크게 작용한 결과이다. 그러나 그동안의 정당 공천과정의 잡음과 비리는 다시 지방 기초 선거의 정당 공천 폐지 문제를 제기하게 하였다. 이번의 공직 선거법 개정의 핵심 골자는 지방의회 의원뿐 아니라 구청장, 시장·군수 등 기초 단체장까지 정당 공천을 폐지하자는 것이다.

기초 지방 선거에서 정당 공천이 필요 없다는 주장은 이미 여러 곳에서 제기 되었다. 지방 정치는 지방민들의 밀착된 생활정치가 중심인데 여기에 정당 공천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정당 공천제는 지방 정치를 중앙 정치에 종속시킴으로서 지방의 자치의 본질을 흐리게 하고 지방의 자율에도 역행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은 명분상의 주장일지도 모른다. 가장 실질적인 문제는 정당 공천 과정의 헌금 문제와 비리가 지방 정치를 부패시켰다는 주장이 가장 설득력을 갖게 된 것이다. 여기에는 지역 국회의원에 대하여 항상 `을의 위치`에 있던 지방 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의 공천제 `반발 심리`도 한 몫 하였다.

내년 6월 지방 선거는 벌써 10개월 앞으로 성큼 다가와 있다. 여야는 하루 빨리 공천제 폐지 문제를 매듭지어야 한다. 그러나 여야 합의로 공직선거법을 개정하기에는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기초 선거의 공천 폐지에 따르는 문제점을 철저히 보완토록 해야 한다. 아직도 정당 공천의 폐지는 책임정치를 흐리게 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게 제기되고 있다. 또한 선거에서 정당 공천은 폐지되어도 후보자의 정당 표방까지는 위헌 요소가 있기 금지시킬 수는 없다. 예상되는 후보의 난립과 선거 과열은 어떻게 막을 것인가. 지명도 높은 지방 토호 세력의 지방 정치 장악을 어떻게 견제할 것인가. 여성계에서는 공천제 폐지가 여성들의 지방 정치 참여를 위축시킨다고 이미 반대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에 관한 보완책 없는 무공천제는 또 다른 시행착오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므로 여야는 공천제 폐지가 우리 정치의 개혁 과제이지만 그것만이 능사가 아님도 알아야 한다. 지방의원의 공천제가 허용된 일본에서는 오히려 정당보다는 무소속 당선 확률이 훨씬 높다. 미국에서는 주별로 자치가 확고하여 80여개 도시가 무공천제를 실시하지만 지방 자치는 더욱 활성화 되었다. 이를 보면 제도의 변경보다는 제도의 운용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공천제 폐지 등 제도만 바꾸면 지방 자치가 원할 할 것이라는 환상부터 버려야 한다. 정치 개혁에서는 제도의 개혁도 중요하지만 정치적 관행이나 정치 문화를 바꾸지 않고는 그것이 성공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우리처럼 의회가 개혁의 주체가 아닌 개혁의 대상이 되는 곳에서 과연 합법적인 공직선거법이 탄생할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9월 정기 국회에서는 여야는 정당 공천제 폐지에 따른 가장 합리적인 공직 선거법을 서둘러 마련하여야 한다. 사실 의원 입장에서는 공천권 폐지는 자신들의 기득권 포기라고도 볼 수 있다. 의원들은 눈앞의 이익보다는 지방 자치, 지방 정치의 발전이라는 국가적 장기적 시각에서 문제에 접근하여 공천제 문제를 서둘러 매듭지어야 할 시점이다.


경북매일/▲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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