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를 이미 당론으로 결정하면서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의 정당공천제를 둘러싸고 새누리당의 눈치 보기가 바빠지고 있다고 한다. 새누리당 역시 지난 대선에서 기초선거 무공천을 공약으로 제시하였지만, 일부 의원들의 반대가 속출하면서 결정을 미루고 있는 중이다.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문제가 대두된 사정은 있다. 먼저 우리 정치지형에서 질곡으로 작용하는 지역주의의 행태를 극복하기 위한 고육지책의 성격이 그것이다. 특정 지역에서 특정 정당의 공천을 받으면 당선이라는 등식이 유지되는 한 정치발전이란 사실상 불가능하지 않으냐는 문제의식은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로 이어졌다. 정치제도를 바꾸지 않는 한, 정치의 골격인 지형 변화는 불가능하다는 인식이 저변에 놓여 있다. 물론 이 주장은 정치의 변화가능성이란 점에서 의미가 있긴 하지만, 지방자치제의 왜곡과 굴절이라는 측면을 놓치고 있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다시 말해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의 핵심은 지방정치에 대한 중앙정치의 부당한 개입과 패권적 지배를 중단시키기 위한 정치적 수단이라는 점이다.
대표적인 중앙정치인이라 볼 수 있는 국회의원들이 인물과 지역관리의 수단으로 기초선거 정당공천제를 악용하고 있다는 주장이 바로 그것이다. 마치 봉건적 영주가 가신을 거느리는 듯이 국회의원이 기초의원들에게 줄 세우기를 강요하면서 권위를 내세우는 일이 비일비재할 뿐만 아니라 정치적 경쟁자가 될 만한 인물은 사전에 합법적으로 제거하는 경우까지 있다. 개인의 영달을 위해 지역을 볼모로 삼는 구시대적인 정치인들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도 바로 이런 구조화된 문제들 때문이다.
하지만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가 긍정적인 측면만 있는 게 아니라는 점에서 우리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왜냐면, 정당의 무능과 책임의식 부재로 인하여 정당공천제가 악용되면서 기초의원과 단체장에 대한 자질 논란이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조금은 부족하게 보이는 기초의원이나 단체장이라 하더라도 이들의 뒤에는 정당이 정책적으로 뒷받침하는 것이 정상이다. 즉, 기초선거 공천 폐지는 정당개혁과 연결되어야 실효를 거둘 수 있다는 점이다. 정당개혁 없는 정치제도개선은 또 다른 문제와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어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