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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제가 부활하면서 1991년 지방의회가 출범된 지 올해로 22년을 맞이하고 있다. 지방이 살아야 국가가 산다는 세계적인 흐름 속에 국민의 기대와 포부를 안고 국가와 지역주민을 위한 아주 소중한 지방자치가 시작됐다. 그러나 지방자치를 시행하는 나라치고 지방의회 권한이 이처럼 허약한 국가도 없을 것이다.
지방의회 권한은 여전히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지방자치 이념은 퇴색되고, 오히려 후퇴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 우리나라 지방자치의 현주소다. 아직도 지방자치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여러가지 법적, 제도적 제약으로 인해 국내 지방의회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지방자치 발전을 저해하고 있는 각종 제도와 모순점을 개선하고 보다 현실적인 의회기능을 되찾기 위해 우리 강원도 시군의회의장협의회, 더 나아가 전국시군자치구의회의장협의회는 다음과 같은 개선안을 촉구한다.
먼저, 지방의회에 대한 정당공천 문제다. 정당공천제도는 지방의원 여야 간의 소모적인 정치적 대립과 공천 심사과정의 불투명성 등으로 정치불신의 원인이 된 지 오래다. 그동안 각계각층에서 폐단을 지적하고 폐지를 요구해 왔지만, 중앙정치권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있다. 정당공천제도는 중앙정치의 `방파제 역할'을 해야 하는 지방자치의 본질에도 정면으로 배치되는 제도임이 분명하다. 그 방파제를 뚫어 놓은 정당공천의 역류가 부메랑이 돼 중앙정치의 위기를 자초하리라는 것은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지방의원에 대한 의정비 문제 또한 재고돼야 한다. 여타 선출직 공무원들과는 달리 지방의원의 의정비만 유독 가이드라인을 정하고 의정비 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치게 해 주민과 지방의회 간의 갈등을 유발하는 차별적 규정은 반드시 폐지돼야 한다. 의정비의 많고 적음을 따지자는 것이 아니라 다른 선출직 공무원들처럼 의정비를 지방공무원 보수규정에 명시해 적정 직급의 연봉액 범위 내에서 고정급으로 책정해 달라는 것이다. 의정비에 대한 제도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차라리 예전의 무보수 명예직으로 남아 있는 것이 오히려 지역을 위하는 길이라 생각된다.
지방의회 직원들의 인사권 독립 문제 또한 간과할 수 없는 사안이다. 기관대립형 지방자치제를 채택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지방의회 직원의 인사권을 자치단체장이 행사함으로써, 국민의 헌법상 기본권인 공무담임권을 침해하는 불합치 소지가 있다는 점을 먼저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중언하면 지방의회 직원에 대한 직무상 감독권자와 복무상 감독권자가 다른 공무원 제도야말로 전세계 민주주의 국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해괴한 제도가 버젓이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최근 중앙정치권에서 논의되고 있는 대도시 자치구의회 폐지 움직임은 풀뿌리 민주주의의 이념을 훼손하고 지방자치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위험한 발상이며, 민주주의 퇴보로 이어질 것이 자명한 일이다. 이제 겨우 돋아나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싹을 무참히 짓밟으면서까지 신중앙집권체제를 강화하겠다는 의도는 세계 흐름에 역행하는 일부 정치세력의 권력독점욕의 산물인 만큼 풀뿌리 민주주의에 반(反)하는 발상은 즉각 중단돼야 한다. 지방화는 세계적 추세이자,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며 주민들의 명령이다. 지방의회는 지방자치 발전을 우리의 힘으로 이루어 내겠다는 자기 책임의지를 확고히 하고, 지방자치 발전을 위한 올바른 제도가 정립되고 진정한 지방분권을 통해 진정한 지방자치시대가 꽃피울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김인배 전국시군자치구의회의장협의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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